저는 전남 완도군 망석리 933번지에서 축양장 사업을 해오고 있던 유한수산의 김종호입니다. 이번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일어설 기력조차 없던 제게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도움을 준 완도 장보고 대대 5중대장 김형수 대위님 이하 장병들의 고마움을 이대로 지나칠 수 없어 글을 올립니다.
8월 27일!
여느때처럼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불안함과 걱정을 가득 담고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큰 변고를 겪게 될 줄은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축양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위기상황을 맞이했지만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온 세상을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최대 풍속 52Km의 거대한 바람을, 똘똘 뭉쳐 감고 온 ‘볼라벤’의 위력에 저의 노력은 한없이 작았고 같잖았습니다. 한 숨도 자지 않고 파도에 휩쓸려갈뻔한 위험까지 무릅쓰며 지키려했던 기관실의 동력은 강한 바람과 지쳐드는 파도에 비상 발전기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잃었고, 고기의 생명줄인 물을 공급해주는 파이프는 강한 파도에 끊겨져 나가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새벽녘까지 끊임없이 불어닥친 바람은 결국 축양장 철골마저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상 손쓸 도리가 없이 그날 십여 년간 지켜온 축양장이 무너졌고 소중히 키어온 32만 마리의 고기가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여전히 세찬 바람소리만 들리는 그때도 망연자실한 정신속에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만 했습니다. 그나마 가족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다음날 햇살이 드러나면서 수조속의 32만 마리의 고기의 죽음 앞에 눈시울만 불거질 뿐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무너져서 폐허가 된 축양장과 고기가 썩기 시작하면서 올라오는 냄새는 더욱 마음을 착잡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정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그때 다행스럽게도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장보고 대대 5중대장 김형수 대위를 비롯한 군 장병들 20여명이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폐허가 된 철거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고 썩기 시작한 지독한 고기 냄새 때문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려하는 수조속에 들어가 옷을 버려가면서까지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열흘정도를 중대장과 군 장병들은 그 산더미 같은 죽은 고기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맡아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수조속에서 썩어가는 고기를 퍼서 나르고 묻고 하며 그 노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직접 식사거리를 챙겨와 저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정말 감사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추슬렀지만 현재로서는 김형수 대위를 비롯한 도움을 준 군 장병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줄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거듭 감사의 말만을 올릴 뿐입니다. 하지만 바라옵건대 청이 하나 있다면 그 때 고생했던 장교와 군 장병들에게 포상휴가라도 보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뿐입니다.
이번 태풍으로 모든걸 잃고 삶의 희망까지 잃을뻔 했지만 지인들의 도움과 군의 도움으로 저와 제 가족에겐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함께 할 수 있겠지만 도와준 이들을 기억하고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번 일을 통해 군과 민의 신뢰가 더욱 굳건히 될 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국방부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2012. 9. 14
유한수산 김종호 배상
8월 27일!
여느때처럼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불안함과 걱정을 가득 담고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큰 변고를 겪게 될 줄은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축양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위기상황을 맞이했지만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온 세상을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최대 풍속 52Km의 거대한 바람을, 똘똘 뭉쳐 감고 온 ‘볼라벤’의 위력에 저의 노력은 한없이 작았고 같잖았습니다. 한 숨도 자지 않고 파도에 휩쓸려갈뻔한 위험까지 무릅쓰며 지키려했던 기관실의 동력은 강한 바람과 지쳐드는 파도에 비상 발전기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잃었고, 고기의 생명줄인 물을 공급해주는 파이프는 강한 파도에 끊겨져 나가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새벽녘까지 끊임없이 불어닥친 바람은 결국 축양장 철골마저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상 손쓸 도리가 없이 그날 십여 년간 지켜온 축양장이 무너졌고 소중히 키어온 32만 마리의 고기가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여전히 세찬 바람소리만 들리는 그때도 망연자실한 정신속에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만 했습니다. 그나마 가족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다음날 햇살이 드러나면서 수조속의 32만 마리의 고기의 죽음 앞에 눈시울만 불거질 뿐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무너져서 폐허가 된 축양장과 고기가 썩기 시작하면서 올라오는 냄새는 더욱 마음을 착잡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정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그때 다행스럽게도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장보고 대대 5중대장 김형수 대위를 비롯한 군 장병들 20여명이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폐허가 된 철거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고 썩기 시작한 지독한 고기 냄새 때문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려하는 수조속에 들어가 옷을 버려가면서까지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열흘정도를 중대장과 군 장병들은 그 산더미 같은 죽은 고기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맡아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수조속에서 썩어가는 고기를 퍼서 나르고 묻고 하며 그 노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직접 식사거리를 챙겨와 저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정말 감사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추슬렀지만 현재로서는 김형수 대위를 비롯한 도움을 준 군 장병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줄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거듭 감사의 말만을 올릴 뿐입니다. 하지만 바라옵건대 청이 하나 있다면 그 때 고생했던 장교와 군 장병들에게 포상휴가라도 보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뿐입니다.
이번 태풍으로 모든걸 잃고 삶의 희망까지 잃을뻔 했지만 지인들의 도움과 군의 도움으로 저와 제 가족에겐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함께 할 수 있겠지만 도와준 이들을 기억하고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번 일을 통해 군과 민의 신뢰가 더욱 굳건히 될 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국방부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2012. 9. 14
유한수산 김종호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