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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군사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 썩어도 군(軍)에 가야하는 또 다른 이유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군대 가서 ‘썩는다’는 표현을 썼다. 이 정도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는 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상실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망언을 하고도 그 높은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나라에 상식이나 기강이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도무지 분간이 서질 않는다. 하기야 탄핵정국을 빼고 나면, 단 하루도 국민들이 조용히 사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듯이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참 희한한 지도자의 말을 이제는 귀담아 들을 국민도 없으니 그냥 흘러듣고 넘어가도 무방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혹여 일부(또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 ‘썩는다’는 표현이 일국의 대통령(설사 동네 반장이라 해도)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내심으로는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되어 다시 한 번 거론한다.

흔히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밑바탕에는 한국인의 유별난 교육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고 진단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그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부족하다. 만약 그 때문이었다면 불과 1백여 년 전에는 이 나라가 교육열이 모자라서 나라를 빼앗겼다는 말인가? 조선시대에는 미처 없었던 교육열이 식민시대를 그치면서 갑자기 생겨났다는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이 나라는 선비나라가 아닌가?

작다면 한없이 작은 한반도, 그것도 절반 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이다. 과연 남다른 공부(입시)열 덕분에 여기까지 왔을까? 한국의 근로자는 전 세계 어디에 나가서도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다. 적도의 밀림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동토의 대지에서 추위나 더위는 물론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아마도 지구상에 이런 민족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곧 우리나라 기후가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간단히 치부하기엔 부족하지 않은가? 비슷한 기후의 나라는 얼마든지 있고, 오히려 더 가혹한 환경을 가진 나라도 많다.

난 분명하게 주장한다. 우리 민족의 남다른 교육열 밑바탕에는 군사문화가 있었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대한민국 남자들은 누구나 2,3년씩 군대에 다녀왔다. 모두가 군인이었다는 말이다. 그 복무기간 동안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애국심은 물론 인내력, 극기심, 책임감, 단결력, 의무감을 길렀다.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해내고 말겠다는 용기와 투지를 시험하고 길러오지 않았던가? 남녀 모두 군복무를 치르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세상 그 어떤 나라에서 이런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교육특구 강남 8학군의 어느 학교가 이런 것들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가르쳐주던가?

고(故) 정주영 회장은 울산 바닷가 모래사장에 조선소를 지어 오늘날 부동의 세계 1위 조선강국이 되는 기초를 닦아놓았다. 그게 말 그대로 우리의 ‘높은 교육수준’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한 경영인의 탁월한 사업수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아니다. 또 군사문화가 아니었으면 포항 앞바다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지금 같으면 수년 만에 몇 개라도 뚝딱 지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감히 꿈조차 꾸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탱크 없다고, 탄환 떨어졌다고, 날씨 춥다고, 형세가 불리하다고 전쟁 안할 수 있나? 글자그대로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해낸 일들이다.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군인정신만이 유일한 밑천이었다.

대개 6,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원들에 의한 송금이 당시 한국의 유일한 외화벌이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 하나가 더 있다. 뭐니뭐니해도 당시 달러를 벌어오는 데는 수출선원(타국의 선박회사에 취업한 선원을 일컫는 말이다)들의 공이 제일 컸다. 당시 국내에는 배다운 배가 몇 척 되지도 않았다. 해마다 수천 명의 선원들이 가족을 떠나 인생을 다 바쳐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험한 파도와 싸워가며 외국배를 몰아주고 송금해준 품삯(달러)이 경제발전의 종자돈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선원들 거의 대부분이 해군출신들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해양 및 조선 산업의 발전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 역시나 공군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민간항공이 오늘날처럼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수십 혹은 수백억씩 들여 키운 공군 조종사와 정비사들을 그저 데려가고 있지 않은가. 세금 탈루할 생각 말고 하다못해 수송선이나 훈련기 몇 대라도 사서 해군 공군에 헌납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군대를 필요악으로, 또는 단순히 거대한 소비 집단으로만 여기는 시각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로 바라봐야 한다. 그도 저도 싫다면 무(武)의 정신, 즉 무덕(武德)을 가르치는 국민교육기관의 하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군(軍) 스스로도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킨다는 단순한 사명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  문화  교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강한 힘을 길러준다는 신념으로 군사들을 교육(훈련)시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싶다. 그것이 새로운 세기에 당당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길이다.

주변에 두뇌가 우수해서 병역특례를 받았거나 기피를 했던 인물들이 있다. 처음엔 동료들보다 돈 조금 더 벌고 앞선 것 같았는데, 2,30년을 지나고 보니 군 복무를 마친 동료들에 비해 그다지 잘된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중도에 밀려나 말년이 그저 그런 친구들이 더 많다. 뭐가 부족해서 그런지 본인은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젊은 청춘을 바친 군(軍) 생활 2,3년은 결코 ‘썩은’ 세월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자의 인생이 썩었을 뿐이다. 요사이 그런 불쌍한 사람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눈꼽만큼도 애석해 보이질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썩었다 해도 아직 그 정도의 정의는 살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무(武)의 정신으로 군사문화를 재조명해야 한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웠지만 가까스로 조화를 이루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문무(文武)의 균형이 지금 깨어져 가고 있다. 몸으로 살려하지 않고 입으로만 살려고 하니 세상이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 군복무기간 줄어드는 것만큼 기업들의 사원 극기훈련 비용이 늘어갈 것이다.

(이 글은 인터넷신문 경기데일리안에 연재중인 컬럼입니다.)
(저자의 허락하에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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