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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ㆍ국민참여

고마워요, 우리 국군

고마워요우리국군

7163부대 우철중사님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가 계신 그곳 산골은 여름을 지나 가을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아버지가 떠나신지 벌써 5개월이나 지났습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하던 시절에 딸셋을 줄지어 얻으시고도
아버지는 저희 세 딸들에게 “계집애” 소리 한번 안하고 곱게 키우셨습니다.

연로하신탓에 혹시나 몸이 불편하지는 않으신가 전화를 드리면 ‘난 괜찮다. 너희 집엔 별일 없지?’ 하시며 오히려 자식들 걱정을 하시던 아버지..

재작년에 팔순을 지내시고도 평소에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하셨던지라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올해 농사준비를 하고 오셨지요.
그런 아버지가 2009. 3월 13일... (13일에 금요일이라고 기분 나쁜날이라는 혼잣말을 하던날) 그 아침에 아버지는 세상과 작별하시고 말았습니다.
평소처럼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근처 한의원에 물리치료를 받고 오신다고 나가셨는데..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던 이별인지라 가족들의 슬픔은 너무나 컸습니다.
슬픔속에 경황이 없어서 사고가 어떻게 났고 어떤 상황에서 돌아가신건지 돌아볼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가다듬고 사고현장을 가보고, 목격자를 찾았지만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서를 찾아가서 교통사고 조사내용을 살펴보니 모두가 아버지의 잘못인 것으로 조사는 마무리 되어있고, 유일한 목격자였던 여자분도 아버지가 신호를 어기고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들었다는 믿지못할 진술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을까... 저는 몹시 궁금하고 답답하였습니다.
경찰서의 담당 형사도 만나보았지만 가해자인 택시운전사를 보호하는 듯 했고, 목격자인 여자분의 전화를 어렵사리 알아내서 통화를 시도했지만 쌀쌀한 말투로 ‘사건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연락하지 마세요’ 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사랑하는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보낸 택시운전사는 야속하게도 사과 한마디 없었고
사고는 순전히 아버지 잘못이라는 주장만 내세울뿐이었습니다.

날마다 아버지의 사고에 대해 골몰하던 어느날 불현듯 사고 당일 또다른 남자 목격자가 119 구조대에 신고를 하였다는 것을 기억하였습니다.
119에 전화를 걸어 사고당일 신고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고 싶다 하였더니,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안된다고 하면서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한후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119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맙게도 그 목격자가 연락처 공개를 허락하였다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더군요.

아버지의 마지막을 본사람을 찾았구나...
가슴이 떨리고 마치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먼저 앞서더군요.
어떤 목격자처럼 남의 일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목격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사람은 첫마디에 ‘그간 피해자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을 정확이 말해주겠다면서
‘제가 분명히 보았는데 보행자 신호인 파란불에서 택시운전사가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을 하다가 길을 건너려는 할아버지를 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의 제 설명을 듣더니 ‘택시운전사가 참 나쁜사람이네요’ 하는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진술을 듣고 한동안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목격자는 사건현장의 진술을 상세히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날 그 목격자를 만났습니다.
퇴근 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달려간 곳은 삼송리에 있는 7163부대였고, 목격자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우철 중사’였습니다.

우철 중사는 너무나 선한 인상이었고 차분하고 예의 또한 깍듯한 군인이더군요.
제 연락을 받고 지체함 없이 자기일처럼 나서준것이며,
바쁜와중에 만나준것도 한없이 고마운데 면회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조그만 물웅덩이를
보고 이리저리 피해가도록 인도해주는 자상함과, 먼저 자리에 앉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 또한 참 예의바르게 보였습니다.

슬픔을 억누르고 아버지의 사고당시 모습을 생생히 듣고 나니 일면 궁금증이 풀려서 후련하기도 하였지만 그순간 얼마나 놀라고 아프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사고현장에서 정면으로 목격한 사람의 얘기만 들은것으로도 큰 성과다 싶었는데, 진술서가 필요할것이라며 아예 서면으로 작성해주는 치밀함 까지 보였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성실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진술서를 받아들고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어떻게 성의표시를 할까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운을 띄웠더니 극구 사양하더군요.

할수없이 목인사만 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인사말을 하더군요.
그순간 저는 그 자리에 멈춰섰습니다.
사소한 말한마디 같지만 너무나 저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입니다.
그 말한마디가, 그 마음이 얼마나 따듯하게 느껴지던지 그 인사가 아버지 무덤가에 이를거 같더군요.
정말로 아버지는 좋은곳으로 가시겠구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동안 군인은 딱딱하다는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듯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간 잘못 알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기 까지 했습니다.

아버지,
세상에 법 없이도 사실분이라던 착한 우리 아버지..
비록 마지막은 가족과 작별도 못한체 길거리에서 비명에 가셨지만
따듯한 아버지 성품을 닮은 목격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평소에 칭찬을 잘해주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우철중사를 널리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7163부대 여단장님께 편지를 썼어요.
이미 부대에서 인정 받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제가 겪은 선행을 주변에 널리 알려서 칭찬해 주시고 귀감이 되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요.

그리고 열흘정도 지났습니다.
낮선 전화를 받고 첫 서두는 잘 알아듣지 못하였는데 자세히 듣고보니 우철중사가 근무하는 부대의 여단장님이더군요.
사고에 대한 위로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서두에 꺼내셨습니다.
저는 우철 중사가 고마운데 여단장님은 그런 선행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모르고 지나칠뻔한 일인데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그러시더군요.

그리고 느꼈습니다.
아, 이곳 7163부대는 정말 인간다운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이구나.
사소한 고마운 마음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정말 따듯한 사람들이구나...

그리고 다음날,
정훈공보참모라는 분도 전화를 하셨더군요.
제 편지를 보고 이런 선행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편지를 보내면서, 우철중사가 칭찬받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결과는 제가 고맙다는 인사를 더 많이 받은거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여기 남은 이곳엔 이렇게 마음 따듯한 분들이 많네요.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는 이런분들 덕분에 아버지는 그곳에서 편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보고싶어요.


제 편지를 성의 있게 읽어주신 7163부대 권태환 준장님 고맙습니다.
아버지를 여읜 슬픈 마음에 위로를 보내주신 이율동 소령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우철 중사님,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머리숙여 인사드립니다.

업무외의 사건에도 이처럼 성의있게 대처해주시는걸 보고 맡은바 업무는 더할나위 없이 꼼꼼하고
빈틈없이 해내시리라 믿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 8. 31.

여의도에서
셋째딸 이지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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